경제
[편의점의 두 얼굴] 업체는 전성기인데 점주는 벼랑끝 생활고
월 140만원 벌면 정상 편의점?…GS 인식부터 갑질
  • 김영택 기자
  • 15.12.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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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GS25를 운영하던 편의점주 A씨가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삶에 대한 비관과 함께 가맹본부에 대한 울분이 가득했다. 2012년 편의점을 시작한 그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아내와 함께 2교대로 하루 24시간을 꼬박 서서 일했고, 끼니도 컵라면과 유통기간이 다 된 김밥 등으로 해결했지만 정작 손에 쥐는 건 4인가구 최저생계비(166만8329원) 수준이었다.

 

한 달 수익의 35%를 로열티 명목으로 가맹본부에 송금하고, 나머지 수익으로 임대료와 각종 비용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최근에는 1일 매출을 가맹본부에 송금하지 못해 그로 인한 이자까지 떠안는 등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이와는 반대로 편의점업계 자체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소비 침체가 무색할 정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는 편의점의 특성이 1~2인 가구 급증이라는 소비구조 변화와 맞물리면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국내 3대 편의점 업체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 세븐일레븐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각각 3조4098억원, 3조1509억원, 2조51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28.8%, 26.4% 급증했다. 지난달 편의점 카드 승인액도 8800억원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58% 치솟았다. 대부분의 점주들이 격무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 같은 실적은 뚜렷한 명암을 보여준다.

 

이는 구조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출혈경쟁의 손실을 점주들이 떠안는 대신 가맹본부는 외형 성장에 비례해 수익이 결정된다. 길을 마주하고 같은 본사를 둔 편의점이 동네마다 생겨난 것도 본사의 무리한 확장정책의 결과다.

 

사진/GS리테일

A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편의점업계의 갑질과 부당함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자 GS리테일은 이달 9일 ‘부진점 대응방안’을 내놨다. 취재팀이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로부터 단독 입수한 해당 방안은 ▲가맹점 Cash-flow 현황 ▲부진점 발생 사유 ▲개선방향의 목차로 구성됐다. 이마저도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은 외면한 채 과거 나왔던 방안들을 중심으로 재탕한 수준에 그쳐, 근원적 대안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GS리테일은 먼저 월 수익이 서울시 생활임금인 139만7580원 이하점을 ‘부진점’으로 간주하고, 오픈 1년 이상 가맹점 7308곳 중 317점(4.3%)을 부진점으로 추산했다. 이어 부진점 발생 주요 사유로 ▲출점 후 상권 축소(54.8%) ▲상권 성숙도 지연(29.1%) ▲경영주 운영수준의 낮음(11.3%) ▲기타(4.8%) 순으로 파악했다. 부진점의 발생 원인과 책임을 외부와 점주에게 돌린 것이다. 또 부진점의 40.1%는 가맹본부와의 해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 방향으로는 “부진점 축소를 위해 출점단계부터 전 과정의 활동을 강화하고, 계약 해지의 부담도 제거하겠다”며 출점 전, 출점 후 1년, 1년 이후(부진점 지속시) 3단계로 구성된 ‘부진점 출점예방 및 조기Care 프로세스’를 내놨다. 특히 최종단계에서 점주가 계약 해지를 희망할 경우 부진점은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점 이동 시 우선 선정권 제공 및 가맹비 감면 등의 혜택을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상시활동으로 부진점 패널과 상생발전위원회(편의점주 대표 3인+본부 대표 3인)를 구성, 운영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편의점주들은 진단부터 책임 회피로 일관하다 보니 대안도 새로울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한 점주는 “최저생계비 벌려고 편의점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부진점의 기준을 문제 삼았고, 또 다른 점주는 “편의점만으로는 생계가 안 되니깐 밤잠을 설쳐가며 대리운전을 뛰는데, 이것을 ‘투 잡’이라고 점주의 운영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냥 죽으라는 얘기 아니냐”고 성토했다.

 

각 점들을 구역별로 나눠 관리하는 GS리테일 개발팀 전직 직원은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개선안에서 제시된 입지 패널, 부진점 패널, 매출 활성화 활동 등은 예전에도 다 있었던 내용”이라며, 부진점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도 “과거에도 일부 한계 부진점에 대해서는 케이스 별로 면제 혜택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진점에 대한 진정한 개선책은 수익의 35%에 달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로열티를 줄이는 것”이라며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계속 늘어나는데, 로열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착취구조에서는 일 매출 150만원 미만의 편의점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의 미송금 위약금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편의점주는 가맹본부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한 뒤 일일 매출을 본사에 송금하고, 로열티 등을 뗀 뒤 계약서에 따라 수익을 되돌려 받는다. 점주가 본사에 돈을 보내지 못할 경우 미송금 위약금이 붙는데, 참여연대에 따르면 통상 연 10~20% 수준의 고금리가 붙는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편의점 3사, 본사와 가맹점 간 계약관계에 따라 미송금 이자가 다르다”며 “과거에는 이보다도 높았다”고 말했다.

 

페널티도 부과된다. 한 편의점주는 “미송금 위약금을 송금하지 못할 경우 담당 FC로부터 바로 연락이 오고, 부득이 며칠간 송금하지 못하면 판매물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해 장사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도한 위약금과 본부 위주의 일방적 운영방침 등은 지난 2013년 4명의 편의점주 자살로 이어졌다. 이중 3명이 CU편의점, 1명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다 본사와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GS25의 경우 3년 전부터 미송금 위약금이 100만원 미만이면 연 12%, 100만원 이상이면 연 20%로 차등해 부과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부과되는 미송금 위약금은 전체 해당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본부 관계자는 “위약금은 본사와 가맹점 간의 정해진 룰이며, 점주가 본사에 송금하는 일 매출은 물건 값의 개념”이라며 “미송금 위약금 제도는 있으나 고리대금처럼 과하게 물리지는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신 “미송금이 하루 이틀 쌓이다 보면 송금을 안 할 개연성이 있어 제도를 두는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부연이다.

 

그나마 GS25, CU, 세븐일레븐 등 빅3는 사정이 낫다. 업계 1위 GS리테일의 경우 나름 기준으로 불릴 정도다. 황원선 홈플러스편의점경영주협의회장은 “10시간 이상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 사람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진다”면서 “GS나 BGF 등 대형 편의점은 여러모로 대책 마련에라도 나서지만, 후발주자의 경우 여건이 더욱 열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의 개정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안진걸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공동사무처장은 “허위·과장 정보 제공을 통한 편의점 유치, 과도한 가맹금 수취, 수수료 폭리, 중도해지 위약금 등 문제가 여전하다”면서 “가맹금을 하향 조정하고, 위약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가맹본부의 수수료율은 대폭 낮춰야 비로서 상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춘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형식적 심사로 이뤄지고 있는 정보공개서 등록 관련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야 한다”면서 “정보공개서 등록 업무를 실질적 심사 수준까지 강화하고, 꾸준한 실태 조사를 통해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 사전 제시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문: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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